A Day in the Life/Day
90년대의 미국
SNOWBOOK
2025. 6. 21. 03:11
나는 저 시절은 물론
한 번도 미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드나잇 인 파리 처럼
누군가는 살아보지 못한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그리워하고
또 누군가는 벨 에포크를 갈망한다.
그 시절 미국을 경험해본 것도 아니고
심지어 그 당시에 그 영화를 봤던 것도 아니지만
몇 년 후 대학에 와서
때론 무료함을 달래며
때로는 런닝머신 위를 뛰며 봤던 내겐
90년대 미국 분위기에 대한
아이러니컬 하지만 향수가 있다.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이나
세렌디피티, 당신이 잠든 사이에
심지어 프렌즈까지.
요즘 말로 하면 디지털 풍화라고 하는
당시 좀 덜 선명했던 해상도의 화면이
마치 그 시절 미국의 공기의 질감처럼
겪어보지도 못한 나에게
아련한 향수처럼 남아 있다.
그 시절이 좋은걸까
그 시절을 좋아하던
그 때의 내가 그리운걸까.
당시 등장했던 배우들은
지금은 30년이나 지나 다들
예전의 그 모습들은 아니지만
당시의 화면엔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그들은 그 기록에 감사할까
아니면 세월에 서글퍼할까.
나도 그만큼의 시간이 더 지나면
그들처럼 되어있을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순 없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