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Short Memories
아버지의 기억 1
SNOWBOOK
2025. 10. 4. 22:02
1. 신도아파트 살 때니까
아마 5-6살 정도 되었을까.
엄마는 아버지 출근하실 때
아침 식사와 함께
알약으로 된 영양제 같은 것을
몇 알 같이 드렸었다.
근데 그날 유독 내가 빨리 일어났을까
식탁에 있는 아버지 알약을
내가 좀 손으로 조물조물 했었나보다.
아버지가 새 약으로 달라고 해서 드셨다.
아마 내가 기억을 못할거라 생각하셨겠지.
엄마는 저 양반 생각보다 비위가 약하다고
어린 아들이 만진 것 가지고 그러냐고
나중에 몇 번 나에게 하소연 하셨다.
2. 마찬가지로 신도 아파트 살 때 였는데
내가 살던 3동 506호인가 507호에서
1층 현관으로 내려오면
단지를 빠져나가기 위해 긴 골목이 있었다.
나는 친구들 만나러 가는 길이었는데
아버지가 출장 갔다가 오시는 길이라
흔치 않게 낮에 집에 오시는 길이었다.
그 골목에서 단 둘이 마주쳤었는데
나도 어색하게 아버지도 어색하게
그냥 스쳐지나갔었나보다.
그 장면을 집에서 창문을 통해
지켜봤던 엄마는
아버지가 잔정이 없다며
이 일화를 종종 얘기하셨다.
3. 우리 집에는 엄마가 너무나 아끼던
인켈 전축이 있었다.
아마 사고 이런 저런 기능이
너무 신나고 재미있었던지
전축을 살 때 함께주는 마이크로
공테이프를 사서
가족들 노래 한 곡 씩 하는걸 녹음했었다.
다른 가족이 뭘 불렀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아버지 차례가 오자 몇 번 마다하셨겠지?
마지못해 노래를 한 소절 하셨는데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를 하셨다.
지금은 당연히 그 테이프가 없어졌겠지만
이럴줄 알았으면 좀 챙겨둘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