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Short Memories
아버지의 기억 2
SNOWBOOK
2025. 10. 4. 23:54
1. 언젠가부터 한 4-5년 정도
우리 가족은 아버지 여름 휴가에 맞춰
경주로 여행을 갔었다.
어느날 아버지가 전화하시는걸 들었는데
부하 직원에게 경주 호텔 예약을 부탁했었다.
역시 직접 하실 리가 없지.
2. 경주에 처음 갔을 때 아마
코오롱 호텔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너무 좋았었던 기억이다.
근데 그 중 한 해는 예약이 불가했는지
경주관광단지 어딘가에 있는
관광호텔로 예약이 되어서 실망스러웠다.
심지어 온돌방이었다.
마침 비도 많이 와서 호텔에만 있었는데
아버지는 무협지를 쌓아놓고 보셨다.
3. 어렸을 때는 동네에 책 대여점이 있었다.
삼부 살던 때 인데
걸어서 뒷시장(이라 불리던 곳)에 가면
보람책방이 있었다.
나도 종종 만화책이나 괴담책을 빌렸었는데
아버지는 항상 무협지를 빌려봤었다.
모든 생활이 패턴화 되어있던 아버지는
아마 일요일 밤에 엄마에게
갔다오자. 라고 한마디 하시면 두 분이 같이
책방에 가서 무협지를 빌려오셨고
그 다음주에는 시간이 되실 때 마다
거실에 누워 담배를 피우시며 무협지를 보셨다.
4. 그러고보니 어느 해 부터인가는
가셔서 트럭 닭꼬치도 사오시고
두 분이 가셔서 투다리에서 맥주 한잔 하시고
안주도 좀 싸오시고 하셨다.
나름 그 때 사오셨던게 내겐 별미였다.
5. 패턴 하니까 생각이 나는데
다음 날 출근이실 때는 보통 12시에 주무셨고
휴일이면 2시 가까이 되어야 주무셨던 것 같다.
항상 주무시기 전에 효자손으로 등을 긁으셨는데
그 사각 사각 소리가 나면
아버지가 주무시는 신호였다.
나는 그 신호만 기다리다가
아버지 주무시면 몰래 더 놀고 그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