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You Need is Music/Band & Guitars

페달보드 히스토리

SNOWBOOK 2025. 3. 16. 15:39

고등학교 때 스쿨밴드를 하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장비나 사운드에 대해서
대전의 고등학생이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그렇게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인터넷도 없고 잡지는 돈을 주고 사야하니)

커다란 다트 앰프 하나에 인풋이 네 개 있다고
기타를 두 세 대씩 꼽아서 쓰다가
앰프 터트리는 일이 다반사였으니 말해 뭐하랴.

어쨌든 내가 알던 밴드들은
분명 일렉 기타를 앰프에 꼽으면 엄청난 소리가 났는데
우리는 앰프에 기타를 연결하고 쳐도
빈약한 어쿠스틱 비슷한 소리만 나는거다.
(게인 채널이 따로 없는 앰프였었나보다)

그래서 알게된게 이게 뭔가가 더 필요하다 였고
누군가 수소문해서 보스 메탈존을 빌려오고 나서야
아 이런게 필요하구나 라는걸 처음 알게되었다.
공연은 보스 GT-3이었나를 빌려서 했었다.

2002. 12. 31

내가 처음 산 이펙터는
산스앰프 GT-2와 보스 GE-7이었다.
저 사진이 12월 31일에 찍은걸로 나오니
나도 참 불쌍했던 것도 같다.
뒤로 펜더 디럭스의 매끈한 바디와 암이 보이고
한동안 많이 썼던 데임에서 준 빨간 케이블도 보인다.

2005. 06. 10

어디서 들었는지 뮤지콤님 파워를 샀었고
화구박스를 개조하여 페달보드를 만들었었다.
주로 풀톤 계열을 좋아했었던 기억이다.
당시 풀드라이브2는 컴프컷 모드만 썼는데
그래서 TS9 계열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컴프 모드도 좀 많이 써볼걸 그랬다.
땅 때리면 땅 하고 돌아오는 DD-3도 매력적이었다.
(페달은 전부 중고였을거다. 파워는 주문제작)

2005. 08. 28

메모리맨이 찍힌 첫 사진인 것 같다.
노브를 보면 뾰족하게 부리 같은게 튀어나온게
그 이후에 나오는 매끈한 노브 이전 버전이다.
당시에는 메모리맨을 구하는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한 20 했던 것 같은데 합주실에 가면
여기저기 한두개는 굴러다니던게 메모리맨이었다.
이 때 부터 더블 딜레이 보드를 선호했었다.

보드는 뭔가 형태를 잡아가려는게 보이지만
아직 빈칸(보드에 있어서 죄악)도 많고 어설프다.

2005. 10. 18

어느 정도 틀이 잡혀나가는게 보인다.
테트리스도 예쁘게 되었고 색깔도 예쁘게 배치되었다.
핫케잌은 싱글코일 픽업을 썼을 때는
든든한 미드필더 같은 느낌이었다(피를로?).
근데 험버커에서는 다른거랑 잘 안묻어나더라.
풀톤 디스토션프로는 톤을 잘 잡으면 오아시스였는데
톤을 잘 못잡으면 굉장히 모난 소리가 났던 기억이다.
페이저는 쓰면 멀미나서 잘 안썼다.

2006. 03. 18

디스토션프로의 난해함을 이기지 못하고
훨씬 더 세팅이 간단하고 범용적인
요즘 말로 스윗스팟이 넓은 OCD를 들였다.
트레몰로/팬 이었던 보스 PN-2를 들였는데
공연장 떠나가는 헬리콥더 소리가 아주 멋있었다.
It’s Time 오프닝으로 쓰면 자신감이 충만해졌었다.
지금은 일년에 한두대 나오는 희귀 매물이라
가격도 엄청 뛰었고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
색깔도 예뻐서 왜 팔았나 싶은 페달 중 하나이다.

2006. 08. 18

풀톤 강점기에서 벗어나는 시기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 외국 아티스트들의 페달보드 사진을
참고를 많이 했던 것 같고
특히 버나드 버틀러를 동경하던 나는
그가 쓰는 것들로 바꾸기 시작했다.
메인 드라이브를 터보랫으로 바꾸었고
딜레이를 당시 혁신이었던 라인6 DL-4로 바꾼다.
(첫 메모리맨은 아마 이 때 팔았으리라)

그리고 더블 핫케잌.
핫케잌이 너무 좋았던 나는 모던 서킷에 이어
올드 서킷도 구매를 했었고
몇 년 째 메인 오버드라이브 자리를 차지했던
풀드라이브2를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둘 중 하나는 크라잉넛 멤버에게 샀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공연을 많이 하다보니
무엇보다 공연장에서의 안정성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페달보드에 안정성을 더해줄 수 있는
킬리 컴프, 노아삭 3채널 루프, 보스 TU-2가 추가된다.
사실 보드를 짜는 이유는 안정성 때문이기도 하다.

2007. 04. 04

결국 메모리맨을 못 잊고 다시 사왔나보다.
노브를 잘 보면 튀어나온게 없다.
이 버전부터 아마 트루바이패스가 되었던 것 같고
온오프에 따라 LED에 불도 들어왔던 것 같다.
편의성이 대폭 개선되어서 좋았다.

2007. 04. 17

이 때 페달질을 한참 많이 했었나보다.
에메랄드 그린이 보이는데
역시 또 버나드 버틀러 때문에 난 Vox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Vox 사운드라고 해서 샀었다.
너무 음압이 크고 존재감이 독보적이라 쓰기 어려웠다.
그래도 팔지 말걸 싶다.

보스 BF-2도 요긴하게 썼었고
EHX 홀리그레일도 궁금해서 한번 사봤다.
메모리맨으로 숏딜레이만 줄거면
그냥 리버브가 낫지 않나? 란 생각이었다.
근데 너무 깡통소리나서 금방 팔았던 기억이다.
파워도 BTS(맞나?) 라는 무려 220v 아웃을 지원하는
엄청난 놈으로 바꿨다.

2007. 07. 10

페달쟁이에게 드라이브를 찾는 여정은
길고도 험난한 것 같다.
퍼즈팩토리로 유명한 Z.Vex의 박스오브락은
정말 좋았다. 부스트 채널도 독립적이라
드라이브를 써도 되고 부스터만 써도 된다.
마샬 사운드라는데 정말 마샬 사운드였다.
그러나 공연장에서 마샬 앰프 좋은걸 쓰는 환경에서
너무 내추럴한 나머지 드라이브를 내가 킨건지
그냥 볼륨이 올라간건지 잘 구분이 안되더라.
그래서 아쉽지만 팔았다.

Vox V810은 역시 또 Vox라서 샀는데
오버드라이브는 너무 맹탕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끝까지 요긴하게 사용된다.

2007. 08. 14

터보랫과 메모리맨의 복귀, 그리고 보스 DM-2.
DM-2를 숏으로 쓰고 메모리맨을 롱으로 썼나보다.
이제와서 보니 바보 같은 짓이었구나 싶다.
DM-2도 왜 팔았는지 너무나 아쉬운 페달이다.
저기 있는 보스 삼 형제는 다 판게 너무 아쉽다.
(특히 내 보스들은 다 일제 오리지널이었어서..)

킬리 컴프가 없는걸보니 테트리스하다가 팔았나보다.
근데 핫케잌은 왜 아직도 있는거지?

2008. 03. 03

페달트레인 시대가 열렸다.
요즘은 많이들 페달트레인 혹은 그와 유사한걸 쓰지만
처음 나왔을 땐 정말 혁신이었다.

낙원에 가선가 MXR 다이나컴프를
70년대 스크립트 로고, 80년 블락 로고 두 개를 사온다.
스크립트 로고만 써오고 블락 로고는 비교 후 팔았다.

보스 스페이스에코 시뮬도 샀었네.
RE-20 이었는데 좀 소리가 얇다 싶었다.
이거는 내 기억에 WAGWAK의 김 군에게 판다.

V810의 진가는 뒤에 터보랫을 물렸을 때 나오더라.
355와 터보랫의 신경질적인 조합을 앞에서
워워 하며 부드럽게 채워줘서 아주 만족했다.
단점이라면 LED 휘도가 너무 낮아서
야외공연을 하면 켜진건지 아닌지 구분이 안갔다.
현재는 분실 상태다.

내 보드 중 가장 이상적이고 예쁜 버전인 것 같다.
그러나 이후로 팝레가 어쿠스틱 기반 밴드로 변해서
나도 페달질을 더이상 안할 줄 알고
대부분의 장비를 다 팔거나 빌려주게 된다.

2011. 07. 28

그린플러그드 스테이지 오브 투마로 공연을
일렉으로 하기로 결정하고(왜 그랬을까)
놀던 페달들을 모아서 미니 보드를 꾸민다.
핵심 of 핵심이다.
그러나 공연은 MXR 빈티지 컴프를 믿지 못하고
결국 미국 출장 갔다가 다시 사온
킬리 컴프로 진행한다 아래 같이.


2020. 08. 12

그리고 약 10년 후.
이젠 그냥 취미의 영역으로 다시 보드를 구축한다.
예전 같으면 뮬에서 잠복해서 무조건 중고를 샀겠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다. 신품도 사게 된다.

MXR, 킬리 컴프, RAT2는 집에 있던거고
페달트레인, 핫케잌은 같은 사람에게 중고로 사왔고
터보랫은 강원도 어딘가에서 80년대걸 사왔다.
파워와 튜너는 신품으로 샀다.
박스까지 같이 신품으로 오니 황송하더라.
투 컴프는 아무 이유 없다 그냥 자리와 파워가 남아서.

2020. 08. 28

역시 페달질은 하기 시작하면 금방인가보다.
10년 사이에 스트라이몬 이라는 엄청난 회사가 나왔다.
그 중 테잎 에코 시뮬인 El Capistan을
서울대입구로 가서 중고로 사온다.
근데 이 회사에서 너무 많은 제품을 내더라.
궁금하게시리.

2020. 09. 28

결국 메모리맨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고
(이 때 분실 상태였음)
근데 예전에 쓰던 빅박스는 100만원씩 하더라.
그래서 새로 나온걸 안양인가에서 중고로 사온다.

그리고 버나드 버틀러 최근 페달보드를 참고해서
Lazy J Cruiser Deuce를 구입한다.
펜더 트위드 계열로 아직까지도 만족스럽다.
부띠끄 안사겠다던 내 다짐을 무너트렸다.

2022. 02. 14

서울 어딘가에 가서 플린트를 사온다.
드라이브가 4개 였어서 하나(핫케잌)를 빼고
뭔가 추가 하기는 해야겠는데 딜레이도 2개다.
그래서 리버브, 트레몰로 다 되는걸 샀다.
나이 먹으니 리버브가 좋더라.

2023. 10. 14

그리고 대망의 메모리맨의 귀환.
2011년 사진에 있던 그 녀석이다.
2013-14년 정도에 누군가에게 빌려줬는데
그게 누구였는지 도통 모르겠는거다.
그래서 항상 궁금하고 아쉬웠었는데
그 당사자에게 연락이 온다. 둘 다 까먹고 있었던거다.
역시 명불허전이고 절대 대체 불가라고 생각한다.
(중고로 팔면 100은 할건데 연락 준 이 형에게 감사를)

2025. 01. 04

현재 집에 있는거 다 꺼내보니 이렇게 되더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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