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Ph.D. Life

대학원 생활

SNOWBOOK 2024. 9. 28. 22:04

나의 지도교수님은
아메리칸 스타일 젠틀맨 그 자체셨다.

랩에 출퇴근 시간도 없었고
랩 세미나와 과제 미팅 정도를 제외하면
실적 압박이나 일을 시키는 것도 별로 없었으며
솔직히 이제와서 생각하면 마음에 안드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셨을텐데 화를 내지도 않으셨다.

그러다보니 나는 대학원 생활이 무척 즐거웠다.

수업 듣는 것은 뭐 지도교수님 수업 빼면 고통스러웠으나
그 외의 시간은 학교 안에 내 공간 내 책상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논문을 읽고 구현을 해보고 신기해해고
실험을 돌려놓고 밤에 결과 나오는걸 본다며
새벽 2시까지 있다가 집에 뛰어가곤 했다.
그 때 보곤 하던 겨울 새벽 오리온 자리는 아직 기억난다.
우주의 장대함 속에 있던 오리온의 위풍당당한 모습.

물론 그러다보니 종종 성과가 안나오는 학생도 있었는데
지도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이 최대한 하고 싶은걸 하는 판을 만들어주는거고
하고 안하고는 학생 개개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성인이고 각자 인생인데
팀웍을 망치치 않는 선에서
개인의 자기 몫을 못한다고 뭐라 하는 것도 이상하다.
각자 얻어갈 수 있는 만큼만 얻어가면 되고
대학원에서 못 얻었다고 인생 망하는 것도 아니더라.

어쨌든 당시에 같이 동고동락했던
많은 선후배 동기들이 시간이 지나고보니
각자 위치에서 잘 해내고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어쩌면 대학원의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자기주도적이고 책임감있는 훌륭한 동료들과
학교라는 서로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서
이해관계없이 순수히 묶일 수 있다는 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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