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Ph.D. Life

대학 수시와 면접

SNOWBOOK 2024. 10. 29. 22:11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몇몇 가까운 지인들의 경험에 의거하므로
100% 사실은 아닐 수 있습니다.


1. 입학사정관
수시에는 다양한 전형이 있지만
입학사정관이 되었을 때 했던 일은
학생부를 평가하는 일이었다.

밖에서는 다양한 말들이 있고
특히 학교마다 입학사정관의 취향이나
경향이 있다고 분석되곤 하는 것 같은데
내 경험 상 그런건 거의 불가능하다.

학교마다 전업 입학사정관이 있어서
그 분이 많은 지원자를 평가하긴 하겠지만
결국 각 학과에서 차출되는 교수들이
위촉입학사정관이 되어 지원자들을 평가하고
보통 이런 차출은 돌아가며 하기 때문에
위촉입학사정관은 거의 매년 바뀐다.

따라서 학교마다 학풍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학교마다 뚜렷한 입학사정관의 취향 차이는
있기가 어렵다.

내 경험상 입학사정관 한 명이 100-200명 정도의
지원자들의 학생부를 보고 채점하게 되어있는데
블라인드라서 정확한 정보를 알기는 어렵고
교외 활동은 기입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교내 경시를 10개씩 하던데 신뢰가 가겠는가)

따라서 대부분 학생부에 써 있는 말은 비슷하다.
본인들은 서로들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지만.

리더십이 있고 책임감과 성실함, 봉사정신이 있고
대부분 학생회든 동아리든 총무라도 임원 경험이 있다.
어려운 책을 읽고 친구들에게 발표를 했으며
성격은 밝고 긍정적이거나 차분하고 모범이 되거나다.

고등학교 때 했던 전공탐색활동 물론 기특하긴 하나
그 분야를 직업으로 연구하고 있는 교수 입장에서 보기엔
고등학생이 깊이있게 그걸 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종종 학생부를 읽던 교수님들이
이 정도면 얘가 나보다 나은 것 같은데? 라고들 하신다.


2. 수시 면접
내가 면접관으로 들어갔을 때는
20-30명의 지원자를 면접해야 했었고
한 명의 지원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5분이다.

근데 채점해야할 항목이 4개 정도 된다.
예를 들면, 학업, 리더십, 논리력, 발전가능성 같은거.

따라서 각 항목에서 하나씩만 물어봐도
질문이 4개가 되어버리는데
여기에 일반적인 지원동기까지 하면 5개다.

지원자가 대답을 한 질문에 평균 1분 이상 쓰면
공통질문이 아닌 다른 추가 질문을 하기가 어렵고
첫 질문에 대답을 2-3분 해버리면
채점해야할 항목들을 채 다 질문하기 전에 끝난다.

지원자들 중에서는 하고 싶은 답변이 있었는데
그에 관한 질문이 안나와서 못했다는 분들도 있는데
면접은 질문에 수동적으로 답하는 자리가 아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능동적으로
답변 형태를 빌려 얘기하고 나오는 자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류보다 면접이 나은 점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되고
똘똘한 아이들은 눈에 띄게 마련이다.

보통 면접 경쟁률이 5:1 정도 되니까
20명이면 그 중 눈에 띄게 남다른 4명이 붙는거다.
그러니까 대답의 단어 하나, 뉘앙스 하나 차이로
되거나 안되거나 하진 않는다.

종종 면접관의 행동이나 표정, 말에 대해서
지원자들은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그게 어떤 시그널이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면접관은 별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나중에 물어보면 내가 그랬어? 한다.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가지는게 좋다.

제일 안좋은 경우랄까, 그러니까 아.. 싶은 순간은
들어오는 아이들이 학원에서 연습시킨 것 같은
다 비슷한 톤으로 다 비슷한 대답을 하는 경우이다.

면접관들은 그 아이들의 장점을 찾으려 애쓰고
장점은 어쩌면 남들과 다른 부분에서 나온다.
근데 많은 답변들이 교과서가 있나 싶을 정도로 비슷하고
심지어 앉아있는 자세 이런 것도 비슷하다.

힘들었지만 극복했던 경험은
대부분 본인이 리더였는데 말안듣는 팀원 얘기고
본인의 단점과 개선하고 있는 점은
대부분 자기가 완벽주의자라서 어떻다고 한다.
(살면서 나보다 완벽주의자 몇 명 못봤는데 ㅎㅎ)

오히려 어떤 재수생 지원자 같은 경우는
답변이 막 유창하게 쏟어져나오진 않았지만
자기가 말하는 톤으로 자기만의 얘기를
자연스러운 제스쳐와 표정으로 해서 좋게 평가받았다.
같이 면접한 교수님들끼리
이 아이만 구어체로 말하네요, 라고 했었다.


3. 결론
그래서 결론이 뭘까.
학생부는 차별성 없으니까 그냥 랜덤이고
면접은 고인물들이나 타고난 사람만 잘한다?

아니다.

일단 사소한 것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어렵겠지만 마음 편하게 가져야 한다.

입학사정관의 경향 얘기는 위에서 이미 했으니,
면접이 끝나고 어디선가 글을 읽었는데
그 동안 타학교 대비 면접의 변별력이 너무 커서
올해는 질문에 힘을 빼고 공통질문만 했다고 분석했다.
우린 그런적이 없기에 면접관 교수님들과 한참을 웃었다.
외부의 분석, 소문.. 많은 경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부분 지원자들이 느끼는 면접관의 시그널은
면접관이 의도한게 아니다.
당일의 사소한 실수는 면접관 입장에선
그 사람을 판단하는데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입학사정관이나 면접관인 교수들은
그 분야 연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 분야를 깊게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학부생, 대학원생, 때론 교수 자신도 잘 모른다.

진로탐색을 하는 것은 좋은데
어차피 대단한 것을 미리 하고 오긴 어렵다.
따라서 들어와서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고
공부를 긍정적인 마인드로 잘 해나갈 수 있는지를 본다.

즉, 그 나이 학생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했는지
성실하고 과업 수행에 책임감을 느끼고
공부라면 기본에 충실했는지
동아리라면 열정을 바쳐서 활동했는지
주변 친구들과 즐겁게 잘 어울릴 줄 알고
어떤건 해내고 어떤건 못해내기도 하고
그런 주도적이며 회복탄력성이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아 이거는 어디서 써준걸 외워왔구나
아 이거는 학원에서 연습시켰구나
이런 달변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만의 얘기는 누구나 있고
이건 엄마나 선생님이 만들어줄 수 없다.
(도와줄 순 있으려나..)

본인이 본인의 학교 생활과
본인의 내면을 잘 들여다볼 수 있고
거기서 자기만의 얘기를 발견해서 할 수 있다면
이 아이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대하고 있고
앞으로 난관이 와도(반드시 온다)
스스로를 잘 지키며 잘 해나가겠구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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