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나는 버나드 버틀러에 빠져있었다.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
버나드 버틀러에 빠지게 된 계기는
아마도 2003년 정도, 당시엔 유튜브가 없어서
외국 밴드의 뮤직비디오나 공연 영상을
쉽게 볼 기회가 없었다.
몇 가지 음악 관련 사이트에서 스트리밍을 했었고
물론 인터넷도 지금보단 느리고 비싸서
조악한 용량의 화질,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PC 통신을 할 때
누군가 버나드 버틀러가 홍대 클럽에서
오늘 갑자기 공연을 한다고 올렸고
사람들은 그게 사실이면 나는 브렛 엔더슨이다
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때 그가 누군지 몰랐고(메탈키드였어서)
뭔가 고풍스러운 이름만 기억에 세겨졌었나보다.
(전) suede의 기타리스트는 엄청난 사람이다 라고.
다시 2003년 스트리밍으로 돌아가서,
처음은 suede의 so young 라이브 클립이었다.
너무 멋진 기타리스트가 시크하고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고 있는거다.
그 다음은 new generation 뮤직비디오였다.
역시 너무 잘생긴 기타리스트가 있는거다.
바로 그가 버나드 버틀러구나 하고
버나드 버틀러에 완전 빠져버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사실 내가 봤던 영상들은
그의 후임인 리처드 오크스였지만 ㅎㅎ
(그만큼 당시엔 정보를 찾는게 어려웠다)
아무튼 그래서 버나드 버틀러를 동경했고
suede, 솔로, 맥알몬트 앤 버틀러 음반을 탐닉했다.
물론 이 때는 당연히 누군지 제대로 알았다.
그의 아이덴티티와도 다름없는
깁슨 ES-355를 구하고 싶어 백방으로 찾았지만
깁슨에서도 양산형 정규 라인은 아니다보니
당시 한국에서는 구할 길이 없었다.

Gibson ES-355, 2005
(2006. 04 ~ 현재)
그리고 결국 2006년 4월 우리 집에 오게 된다.
저 스펙이 아니면 안되었다.
ES-355, 오픈북 헤드, 블럭인레이, 에보니 지판
가장 중요한 체리색과 팩토리 마운트 빅스비.
(스테레오가 아닌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뒤지고 뒤지다보니
일본의 이케베 악기사에서 355를
커스컴 오더로 몇 대 보유하고 판매하고 있었고
그 중의 한 대는 원하는 스펙의 355 였다.
(루씰을 포함해 빅스비 없는 모델도 있으니)
하루에도 열두번씩 일본어로 된 이케베 사이트에 접속해
혹시 팔리진 않았나 조마조마하며 찾아보곤 했다.
꿈에도 나올 정도였는데 어떻게든 사야겠는데
당시에는 일본에 직접 가지 않는 한 방법이 없어보였다.
당시엔 구매대행이나 해외배송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던가.
찾고 찾고 찾다보니 필그림 뮤직이라는 업체에서
구매대행도 병행했었고 결국 구입하게 된다.
(내가 산 몇 안되는 신품 기타이다)
해외 물건을 살 때 따지는 환율, 관세, 배송비, 수수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사달라고 했다.
통관절차가 뭔지 잘 몰랐던 나는 급한 마음에
통관 중이라는 사장님을 꽤나 독촉했던 기억이 난다.
인천인가 부천에 가서 도착한 355를 들고 왔었다.


이로써 좌펜더 우깁슨을 완성하게 된다.
(뒤는 성음 크래프터 어쿠스틱)

팝레코드하우스의 시작은 355와 함께 했다.
당시엔 정말 구하기 힘든 기타였고
355 자체가 생소해서 335로 오해도 많이 받았다.
내 생각에 당시 저 스펙으로의 355는
우리나라에 없었거나 있었어도 몇 안되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산거냐고 많이 물었었다.
뮬에도 사진을 올리면 가격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되니
팔아달라는 쪽지도 받았었다.
지금은 좋은 기타들이 더 다양하게 수입되고
해외배송은 기본에 구매대행, 직구도 일반적이라
이럴 일이 잘 없기는 하다.
355도 그 사이 커스텀샵 라인으로 생산이 되었고
노엘 시그니처도 나오고 하는 바람에
이제는 그 때 처럼 체리색 빅스비 355가
완전 극 레어한 기타는 아니긴 하다.
여전히 흔하게 사용되는건 아니겠지만.
아직도 뮬에 종종 내 기타 사진을 올리면
몇몇 분들은 기억해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신다.
20년 전 내가 산걸 보고 불가능하지 않다는걸 알았고
본인들도 기다리든 노력해서든 어떻게든 샀다는거다.
좋은 기타를 우리나라에 보급시켜 뿌듯하달까 ㅎㅎ
어쨌든 나의 No.1 이면서
버나드 버틀러의 상징이면서
노엘 갤러거나 좌니 마의 상징이기도 한
355는 2006년 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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