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렸을 때 우리 집은
밥 먹을 때 가족이 다 있으면
거실에 상을 펴고 TV를 보면서 먹었다.
엄마가 풍악을 울려라 라고 하면
TV를 켜라는 뜻이었다.
2. 패턴이 워낙 명확한 집안이라
대충 요일별로 보는 프로그램이 정해져있었다.
기억나는건 수요일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요일은 기억 안나지만 경찰청 사람들,
일요일은 전원일기랑 진품명품, 전국노래자랑,
열린음악회, 그리고 주말연속극 정도 생각이 난다.
나는 대추나무 보다는 전원일기가 좋았고
(아마 MBC 색감을 더 좋아한 듯)
엄마는 열린음악회 좋아했지만 난 별로였고
주말연속극도 당연히 엄마 초이스였다.
진품명품은 사회자가
아버지 고등학교 후배라고 좋아하셨다.
3. 내가 고등학생 때
월요일 밤 11시에 하는 엑스파일을 즐겨보셨다.
나도 고등학생 수험생이었지만
학교 야자 끝나고 집에 오면 하고 있었고
그거 같이 보는건 엄마가 뭐라고 안했었다.
4. 파랑새는 있다 였나
그런 주말 드라마가 있었는데
좀 사회 밑바닥을 많이 묘사한 드라마였다.
아버지는 퇴폐적이라고 싫어하셨다.
5. 아버지는 뉴스는 항상 보셨다.
당시엔 9시 뉴스였고 꼼꼼히 챙겨보셨다.
다른거 보다가도 9시가 되면
뉴으스 하는 시간이다, 뉴으스 보자 하셨다.
어렸던 나는 당연히 뉴스는 재미가 없었고
언제 스포츠 뉴스로 넘어가나만 기다렸다.
아버지는 동물 나오는 프로그램을 좋아하셨는데
동물의 왕국이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는
거의 시간이 되면 보셨던 기억이다.
최근 동생과 이 얘기를 했었는데
그 이유는 여전히 미스테리다.
딱히 동물이나 다큐멘터리에 대한 애정이
있어보이던 분은 아니셨으니.
맹수과 초식동물의 잔인한 운명이 좋으셨을까.
TV 채널 선택권은 당연히 아버지 몫이었고
사실 본인이 주장하지 않았어도
우리 집에서의 아버지 위치 상
으레 그렇게 생각되었다.
당시 내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프로그램은
예를 들면, 파일럿 같은 펜시한 드라마나
가요톱텐 같은 유행가수 나오는 프로그램은
나는 거의 못보고 자랐다.
6. 종종 집에서 TV로 스포츠를 보다가
선수가 못하면 뭐라고 하셨고
중학교 때 한참 반항기에 있던 나는
저 사람들도 목숨걸고 하는건데
왜 그러시냐고 따졌었다.
7. 월요일 밤 가요무대가 아마
아버지의 최애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종종 기분이 좋으신 날에는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서 흥얼거리셨다.
그 노래들에 크게 관심이 없었어서
무슨 곡인지, 누구 노래인지는 잘 모른다.
예전에는 그렇게 TV 편성표에 맞춰서
집 안의 시간들이 돌아갔었다.
주말에는 하루 종일 켜져있었던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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