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등학교 때 밴드한다니까
아버지가 노란 잠수함 같은건 안하냐 하셨다.
처음엔 그게 뭔지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비틀즈 노래를 얘기하셨던 것 같다.
트로트 말고도 들으셨던게 있었나보다.
2. 어느 날은 내가 학교 가는 평일인데
아버지가 방에 누워서 주무시고 계셨다.
그 큰 거구가 평일 아침에
방에 그냥 누워있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편찮으신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노동절이었나 싶다.
3. 나의 고종사촌들에게
아버지는 외삼촌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편하게 생각되었던 것 같다.
우리한테 아버지는 좀 왠지 모르게
경직되게 만드는 대상이셨지만.
어느 날인가 대구 할머니 집에서
사촌누나가 늦게 도착했는데
아버지가 우리 젊은 사람끼리 악수 한번 합시다
라고 해서 친척 전체가 빵 터졌던 기억이다.
그런 농담하는 모습 자체도 낯설었지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능력 같은게
전혀 없는건 아니셨구나 싶었다.
그럼 집에서는 그냥 안하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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