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어렸을 때 용돈 같은걸 받으면
아이들은 으레 들고다니다가 잃어버리니까
아버지는 매번 이렇게 말하셨다.
포케트에 넣어라.
2. 성인이 되어서도 대전 집에 가면
차비 하라고 용돈을 종종 주셨었는데
엄마가 눈치를 주면
아버지는 바지 주머니에서
꾸깃꾸깃 만원짜리 몇 장을 꺼내 주셨었다.
항상 저렇게 바지 주머니에 현금이 있는건지
아니면 주시려고 준비를 미리 해놓는건데
빳빳하게 주면 너무 대놓고 준비한 것 같아
좀 민망해서 저렇게 주신건지 잘 모르겠다.
3. 어렸을 때 어린이 날이었나
대전 한밭야구장에 빙그레 이글스 경기를
보러 갔었다.
그 당시 남자 아이들은 누구나 야구를 좋아했고
당연히 너무 즐거운 기억이었다.
자리가 내야나 외야가 아니라
포수 뒤의 비싼 지정석이었는데
아버지 답다고 느꼈었다.
누구 시켰겠지.
4. 아버지가 놀아준 기억이 딱 하나 있는데
초등학교 3-4학년 때 쯤
삼부프라자에 가서 나무 야구 배트를 샀고
학교 운동장에 가서 아버지가 던져주는 공에
배팅을 했었다.
초구를 멀리 날려서 아버지가 공 가지러 가는 사이
배트로 뜀뛰기용 타이어를 몇 번 쳤더니
배트가 부러져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생이 타이어 몇 번 쳤다고
야구 배트가 부러지는건 말이 안되는 것 같아
다시 산 곳으로 갔더니 알루미늄 배트로 바꿔줬다.
그 후로 난 그 배트만 계속 썼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공놀이를 다시 하기엔
좀 정신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지쳐버렸어서
집에 왔던 기억이다.
그러고보니 그 날 딱 한 구 던졌던게
아버지가 나랑 적극적으로 놀아준
유일한 기억이긴 하다.
그리고 그 한 구를 던지실 때
아버지 표정이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 표정 중에
가장 해맑게 웃고 계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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