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Short Memories

신도 아파트

SNOWBOOK 2024. 7. 12. 22:25

어렸을 때 살던 곳의 이름이다.
경사가 꽤 심한 언덕에 있었던
3동짜리 5층 아파트.

3개 동의 가운데인 2동 앞에는 흙 놀이터가 있어서
항상 2동 앞이 메인이었던 느낌이다.
3동에 살았던 나는 내심
2동에 사는 아이들이 부러웠었다.

작은 길을 하나 건너면 다른 아파트가 있었고
반대편 문으로 나가면 밭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렸을 때는 그 길을 건너본 적도
그 문도 나가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 만큼 아이의 세상은 어른의 생각보다 좁다.

언덕 꼭대기에는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종교가 없는 우리 집이었지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교회 행사에 참석한 사진이 남아있다.
이유는 정말로 잘 모르겠다.

언덕 밑으로는 중국집이 있었고 문구점이 있었다.
중국집은 정말 옛날 중국집이었는데
아버지가 다꽝 좀 더 주세요 하시던게 기억이 난다.
그 때도 그게 다꽝인지 닥광인지 닥꽝인지 궁금했었다.

문구점에는 당시 100원짜리 로봇을 팔았는데
조악한 조립로봇 하나와 사탕 하나가 들어있었다.
난 사탕에는 관심이 없어서 대부분 그냥 버렸고
앉아서 로봇만 조립했었다.


100원이면 차라리 제대로 된 과자를 사는게 낫다며
엄마는 그걸 꽤나 못마땅해 하셨는데
아마 그 불량사탕이 내 목적인줄 아셨나보다.

하지만 엄마에게 혼나기 너무 두려웠던 나는
그걸 사서 몰래 계단에 숨어서 조립만 하고
조립한 로봇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집에 오곤 했다.
그만큼 난 조립하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엄마는 다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직접 보셨는지 아님 동네 아줌마들에게 들었는지.
그만큼 아이의 세상이란건 생각보다 좁다.

하루는 엄마가 집을 비웠고
우리 집에는 재믹스라는 게임기가 있었는데
내가 친구 불러도 되냐고 하자
딱 3명만 불러서 놀라고 했다.

문제는 4명째가 우리 집에 왔는데
난 엄마가 3명만 부르라고 했다며
문도 안열어주고 그 아이를 밖에 세워뒀고
한참을 문 밖에서 울다가 집에 간 모양이다.

그날 저녁 엄마는 그 아이의 엄마에게 항의를 들었고
(이전에도 썼듯이 서로 다 아는 아파트였다)
엄마는 3명이라고 해서 밖에서 우는데도
진짜로 안들여보내줬던 나에게 좀 놀란 눈치였다.
그만큼 엄마가 어렸을 땐 무서웠던 것 같다.

3동 506호.
지금은 재개발로 없어진 것 같다.

 

나중에 구글맵 로드뷰 업데이트 시차 때문에

이미 없어진 아파트의 사진을 겨우 찾아서

혹시 내가 마지막 기록자일까 싶어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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